한국차, 일본차, 독일차...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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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글이다. 난 참 한가하고 뻘생각만 하고 사나보다... -_-;;

생각대로 막 갈기는 글이다 보니 얘기가 왔다갔다 했지만, 일본차들보다 독일차를 우선하는 한국소비자들에 입장도 충분히 공감한다.

일본차량들이 기본기와 실용성에 중점을 둔 중저가차량이 대부분일텐데, 이런 차량들이 한국에 들어가면서 전에 얘기한 옵션무장이라든지 그 밖에 여러 이유로 가격이 좀 터무니없어진다. 그러니 한국 소비자로서는 그다지 매력을 못 느끼는게 당연할 수도 있다.

렉서스같은 일본차중에서도 명품에 속하는 차는 제외하고라도 일본에서 200에서 350만엔 사이에서 구입할 수 있는 차들이 한국에서는 4천후반에서 5천, 6천을 육박해버리니 그만큼 메리트가 줄어드는건 명백한 것이다. 또한, AS에 관한 것도 발목을 잡는 문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렇다고 해서 아쉽게도 한국차와 비교될 레벨은 아니라도 생각한다.



만약 한국자동차메이커를 중국차메이커와 비교한다면 어떨까? 한국사람들은 중국에 비교당하는 걸 워낙 싫어하니 아마도 굉장히 자존심상할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부터는 욕먹을 각오가 아니라 돌맞을 각오로 얘기하자면, 일본자동차 업계들이 위협으로 생각하는 건, 안타깝게도 한국이 아닌 중국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국이 30년만에 이룬걸 그들은 10년~15년만에 손에 넣으려 하고 있고, 지금으로써는 아마도 가능하다고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주변환경도 그 이유 중 하나일테지만, 메인은 지금 세계의 거의 모든 자동차메이커들이 중국의 시장성을 보고 뛰어들기위한 투자들이다. 거기에 중국정부에 말도 안되는 자국기업 키우기와 훔쳐다주기 정책도 한 몫하고, 중국기업들에 완전카피기술이 수준을 넘어 카피한 제품에 설계 노하우까지도 다 빨아들이고 있으니 정말 빠르게 성장할 수밖에 없겠다고 해야할 것이다.

내가 일본에서 몸담고 있는 회사도 지금 중국에 나가 있는 많은 현지 일본자동차메이커들에 러브콜에 수년전부터 중국지사를 만들었을 정도다.

일본자동차메이커들이 중국에서 설계하고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해 가격을 낮추는건 좋은데, 너무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QMS까지 중국으로 들고가 가르치는 것이다. 이러니 빨리 배울수 밖에 없을테고... 예전 우리나라처럼 생산라인을 사와서 조립해서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는 거다.

아직은 한국에 비해 제품생산능력도 떨어지지만 조만간 한국을 따라 잡으려 하고 있다.

한국차의 기술의 발전과 판매량, 인지도에 상승은 참 반갑고 즐거운 뉴스이지만, 설계, 생산쪽 밥을 먹는 내 생각으로는 아직 부족해보이는 것이 많지 않늘까 싶다.



자동차 디자인에서 대해서는 한국도 높은 수준에 달해있다. 그러니 디자인에 대해서는 누가 위고 밑이라고 말하기는 힘들 듯하다. 어느까지나 개인취향과 익숙해짐이 더 클 것이다.

하지만 설계와 생산은 다르다.
내가 한국자동차메이커와 그다지 많은 일을 해보지 못해서 잘은 모르지만, 아직 좀 모자르다고 생각드는 부분이 있다. 아니, 모자르다는 말이 틀릴 수도 있다. 내가 일본 방식에만 익숙해져서, 일본에 그것과 다른 한국방식을 이해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일본에 경우를 말하자면, 일본은 아직까지 2D도면에 의존한다. 아니 앞으로도 도면이 없어지는 일은 없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보기도 한다. 설계자가 완성해서 결제받으러 올리는 결과물은 도면이다.

이 과정을 검도(検図)라고 부른다.


거의 부장급(?) 50대 이상되는 사람이 밑에 설계자들이 만들어온 도면만을 보고, 제품설계에는 문제가 없다는 전제하에 도면이 생산자들에게 같을 때 설계자의 의도가 전달되는지를 판단한다.



너무 고리타분하고 뒤떨어진다고 생각되는가?











대답은 노이다.



나도 7~8년전쯤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이 어떤시댄데 도면그리고 앉아있나 한심하다고 생각됐다.

또한 3D로 작업을 시작해서 2D로 마무리 짖는게 시간낭비라고 생각도 했다. 2D에서 3D면 몰라도 왜 굳이 3D로 작업할걸 2D로 변환 시켜야하나 의아해했었다.


하지만 일을 하다보니 이것은 3D(CAD, CAE, CAM)와 2D를 완전히 파악하고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라는 것을 알게 됐다. 3D로 할 수 있는 것과 2D로 할 수 있는 것을 명백하게 나눠져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면은 무슨 용도로 사용될까?




바로 생산자를 위한 것이다.
치수를 쫒기위한 기준선이 어딘지, 공차가 누적되었을 경우 어디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려하여 작성한 도면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고 완성된 도면을 생산자에게 전달하는데 있는 것이다.

물론 요즘에는 3D공차해석툴을 비롯한 많은 3D해석툴이 쓰이고 있지만 이런 것들은 생산자가 쓰는 툴이 아니기때문에 생산자와 설계자는 철저하게 도면으로 대화한다. 참고로 3D관련 툴들은 매년 라이센스비만 해도 엄청나다. 거기에 버전업그레이드이나 버그개선, 커스텀기능개발등에 비용까지 들어가면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호락호락한 가격이 아니다. 나는 그 덕택에 지금 밥먹고 살고 있지만.



여튼, 사람이나 기계나 부품생산 시에는 반드시 오차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설계에 있어서 그 오차를 다루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한가지 예를 들어보면(이미지 만들기도 뭐한 간단한 예라 글로만 적는다...;;),
정사각형이 하나있다고 하자.

정사각형에 기준을 윗변 왼쪽 꼭지점을 기준으로 가정하고 윗변부터 밑변까지 치수가 적혀있다. 치수는 단순하게 10mm로 가정하자. 지정공차는 ±0.1mm.

다음 정사각형 정가운데 구멍이하나 뚫여있다. 지름이 3mm인 원이다.
주사위 1을 위에서 똑바로 본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쉬울거다.

원과 넓이(폭)의 공차는 무시하고(없다고 가정) 오직 높이만 갖고 생각해본다.

위에 정사각형을 이제 도면에 그린다.
한 장에 도면에는 위의 높이 치수에 더해 정사각형 윗변부터 구멍에 중심까지에 치수(거리)를 적고, 허용공차는 위와 같이 0.1mm라고 한다.

다른 한장에 도면에는 윗변에서가 아니라 밑변에서부터 구멍중심까지 치수(거리)를 적는다. 허용공차는 동일하다.



이 두장에 도면을 생산자에게 전달했을 경우, 결과물에 어떤차이가 있을까?




표현되어 있는 치수는 같다. 공차도 같다. 구멍에 위치를 나타내는 치수선만 위에서부터 인지 밑에서 부터인지만 다를뿐이다.


그럼 같은 부품이 나올까?
















다들 예상한대로 결과는 다르다...






첫번째 경우, 원의 기준이 윗변이 되어 형상 전체(정사각형)에 공차가 발생한다고 해도 구멍중심 위치는 공차만큼에 변화밖에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두번째 경우는 윗변에서 밑변까지(정사각형) 공차가 발생할 가능성과 밑변에서부터 구멍중심까지 다시 공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때문에 구멍위치가 밀릴 확률도 높아진다.



위에 글로 다 이해했겠지만 이해못하는 사람들 위해 자세히 말해보자면,


10mm에 공차 ±0.1mm라면 정사각형에 높이는 9.9mm에서 10.1mm가 될거다.
그 간격안에서 생산이 된다면 불량이 아니다. 그럼 9.9mm짜리가 나왔다고 하자.

첫번째 도면은 좌측상단이 기준점이고 윗변부터 치수(5mm)를 쟀으니 가공도 위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그럼 구멍은 공차분도 동일하니 기준에서 4.9 ~ 5.1mm에 구멍이 뚫렸다.

허용한 공차분에 구멍이 뚫렸으니 문제가 없다. 4.9mm위치에 뚫렸다고 가정해봐도 공차범위안이기 때문에 제품은 완성문제없다.



그럼 두번째 도면.
동일하게 9.9mm높이에 정사각형 형상이 먼저 가공되고, 이번에는 밑에서부터 치수가 올라왔으니, 밑에서부터 5mm에 구멍을 뚫는다. 이번에는 공차범위내인 5.1mm위치에 구멍이 뚫렸다. 그럼 기준인 위에서부터 구멍까지 거리를 다시 재보자. 높이가 9.9mm에 밑에서 5.1mm이니까 위에서 봤을때 4.8mm인 위치에 구멍이 뚫린거다.

구멍이 허용공차인 첫번째도면에 결과물보다 0.1mm 위로 올라와 버린것이다.

그럼 어떻게 되겠는가? 첫번째 경우는 허용공차내기 때문에 다른 부품에 어셈블 된다하더라도 축을 구멍에 꼽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고, 두번째 경우는 두번에 공차가 누적된 탓에 축이 구멍에 안 맞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들어간다고 해도 클리어런스가 없이 축이 구멍벽면에 마찰을 일으킨다던지, 휘어버린다던지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될 소지가 있다는거다.


이런 허접쓰레기같은 도면의 경우에도 누적공차로 인해 구멍에 축을 끼고 못 낄수 있는 문제가 생기는데, 자동차처럼 부품수가 3만이상 되는 제품에 경우라면 어떻겠는가?

아마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부품별로 도면 적는데 상대부품에 공차까지 어떻게 고려하느냐하는 의문이 든다면 적어도 나보다는 머리 좋은 사람일 것이다.


내가 워낙 머리가 나쁜거니 좋아할 필요는 없다.


그럴때를 위해서 3D어셈블 시뮬레이션등이나 3D공차해석을 하는거다. 누적공차 워스트케이스나 이승화평방근(SRSS)같은 검토를 통해서 공차를 다시 설정하던가, 도면에 치수선 기준을 변경해야한다.
그래서 조립된 부품이 단차가 난다던가 힘으로 조립해서 조금에 변형이 생긴다는건 생산자에 잘못이 아니라 설계자들에 잘못인것이다.

생산자들이 설계자에 의도대로 제품을 못 만든다거나 그런 설계자가 미연에 문제를 알지 못했다면 그건 별게다. 이 경우는 답이없다... 그냥 그런 수준에 제품만 만들고 구매자들이 구입하면 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설계자라면 그 또한 관리해야 하는게 당연할 것이다.


이렇듯 모든 것을 고려해 도면에 치수선을 적고, 기준을 잡으며 제품을 설계하는게 설계자들이다.
그러니 생산자가 잘 못했다는건 부품검수과정에서 발견되어야 할 것이고, 그 걸 못했다면 자동차메이커탓이라는 거다.

그렇다고 공차를 잡으려고 공차를 0.2mm에서 0.1mm로 0.01mm로 줄이면 제품단가는 곱절이 된다. 그만큼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고 사람도 많이 투입된다. 그 조절 또한 설계자들의 몫이다. 이런 공차제어능력이 부품단가 조절까지도 결정한다. 또한 이 부품을 새로 만들건지, 기존부품을 사용할건지, 기존부품에 살짝 변형을 할 건지까지도 고려한다.

일본에서는 설계에 있어서 이렇게 중요한 포인트를 잡아내고 그것을 생산자에게 전달하는 굉장히 중요한 의사전달수단이 도면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하게 분석하고 비싼 전문툴을 써서 검토한 도면을 생산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도면하나만 갖고 설계자와 생산자들이 서로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알고 만든다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에 나가있는 일본자동차메이커들은 제품관리를 위해 중국에 생산기술을 끌어올리는 것까지 투자,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일까? 최근 한국업체에서도 공차해석에 의한 품질관리라는 키워드가 여기저기 들기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어느정도 철저하게 하고 있는지는 확실치않다.
또한 게시판에서 언급되는 수타페, 제품에 단차, 선루프파열와 에어백작동유무에 의심을 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 제품 생산관리가 조금 소흘하지 않을까 생각되어진다.


한국에서 관련일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한번 대화 좀 해보고 싶다.


덫붙여 한마디만 더하자면 요즘 일본, 독일에서는 SAR(Specific Absorption Rate)이 자동차업계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일본 한자로는 비급수율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전자파 흡수율이라고 하는듯하다.
이름보면 상상이 되겠지만 다들 핸드폰에서 전자파가 나오고 그게 사람 몸에 좋지 않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핸드폰만에 얘기가 아니다. 하이브리드자동차의 고압용 하네스와 전자장비가 많아진 옵션질때문에 자동차안에서도 전기파에 의한 피폭이 일어난다.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지금도 피폭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석이 독일과 일본자동차메이커에서 시작되고 있다. 아직 시작되었다. 독일에 대한 얘기는 같이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에게 들었고, 독일하면 떠오르는 메이커 중에 하나였다. 전자장비에 대한 해석은 이전부터 어느정도 행해졌다고 하는데 각각의 장비를 해석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전자제품들이 여러개조립된 상태에서의 변형이라든지, 두 차량이 스쳐지나갔을때의 파형등 많은 조건에서 해석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해석프로그램에 대해 일본자동차메이커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어서 이번에 나도 떨거지로 같이 투입되게 됐다.

이처럼 독일과 일본에서는 지금도 늦은 감이 없지않지만 끝임없이 연구개발과 안전을 위해서 투자를 한다.

쓰는 중에 생각나서 한번 적어봤다.




여튼, 나는 여러가지 연구투자와 제품관리에 대한 걸 봤을 때,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았다라고 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괜히 일본차들이 잔고장이 적다, 튼튼하다는 소릴 듣는게 아니라는 거다. 그만큼 연구와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는 것과 현장에서 일하는 경험 많은 장인들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금 이대로라면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았다. 앞질렀다라는 말을 먼저들을까 싶기해서 심히 걱정된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떠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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